작품 상세 정보
Oil on canvas
73 x 28cm
기원
2021
「앵두꽃」은 짙은 진홍색과 보라색, 검은색에 가까운 깊은 배경을 뒤로하고 작은 흰색과 연분홍색 꽃들이 가득 피어난 가지를 그린 작품이다. 강렬한 색채의 대비는 꽃의 연약한 밝음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며, 꽃들이 마치 어둠 속에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가지 위에는 꽃봉오리와 이제 막 피어난 꽃, 활짝 만개한 꽃들이 함께 어우러져 봄의 가장 풍요롭고 생명력 넘치는 순간을 담아낸다. 앵두꽃에는 특별한 덧없음이 있다. 작고 섬세한 꽃들은 눈에 띄게 시들 때까지 머무르기보다, 여전히 싱싱하고 아름다운 모습일 때 꽃잎을 떨구기도 한다. 그래서 그 사라짐은 아름다움이 가장 완전해 보이는 바로 그 순간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꽃의 찬란함은 이 순간이 오래 머물 수 없다는 자각과 분리될 수 없다. 제니퍼 리에게 이러한 모순은 꽃에 깊은 정서적 울림을 부여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은 지금 이 순간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경험 자체를 변화시킨다. 아름다움과 상실은 더 이상 서로 다른 순간이 아니다. 두 감정은 동시에 존재한다. 꽃은 이미 기억 속으로 흘러가고 있는 한순간의 흔적이 되며, 자연에 대한 관찰은 시간과 기억, 그리고 사라진 것들이 남기는 흔적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탐구로 이어진다. Origins에 속하는 「앵두꽃」은 제니퍼 리의 예술적 언어가 형성되어 가는 초기 기반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는 이후 작업 전반으로 이어지는 주제들이 이미 나타난다. 소멸의 경계에 놓인 아름다움, 시간의 흐름, 그리고 덧없는 존재가 남기는 흔적이다. 우리를 가장 깊이 움직이는 것은 아름다움 그 자체만이 아니라, 지금 눈앞에 있는 아름다운 순간이 이미 기억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작품은 이야기한다.
[앵두꽃]
올해는 작고 귀여운 꽃들이 가지마다 가득 피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 꽃들을 바라보면 슬퍼지는 걸까요?
앵두꽃은 시들기 전에 꽃잎을 떨굽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사라지는 꽃!
아마 그래서 슬픈가 봅니다..